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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선교사

1. 선교사가 카드게임을 하는 이유

by ezrabible 2020. 8. 1.

 

선교사가 카드 게임을 하는 이유

 

잠시 잠든 사이에 아이들이 한바탕 열심히 놀았다. 그 흔적을 하나씩 치우고 있는데 선교사 시절 많이 했던 카드게임이 어지럽혀 있었다. 그것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이전 20대 시절 교회에서 밤새 게임을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 당시 "선교사들은 카드게임을 많이 한다더라."는 말 한마디를 어디에서 듣고, 우리도 열심히 거룩한 카드게임을 열심히 했었다.

 

왠지 선교사가 하는 건 뭐든지 거룩해 보였기 때문에, 그 카드게임에도 뭔가 더 신비롭고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20대 청년시절을 교회공동체에서 즐겁게 보냈던 것 같다. 실제 선교지를 갔을 때 우리는 카드게임을 꽤 열심히 했다. 한국 선교사들과 외국(주로 서양) 선교사들의 선교문화는 조금 달랐는데, 한국 선교사들 중에 외국 선교단체에 속한 분들은 꽤 카드게임과 같은 보드게임을 많이 했었고, 한국 선교사들은 이런 문화가 많이 있지는 않았다. 

 

나는 외국선교단체에 속한 선교사와 함께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우리는 카드게임을 많이 했었다. 카드게임이 거룩한 게임이라 한 것은 아니었고, 실제 그곳에서 정말 할 일이 없다. 즉, 사역 이외에 쉼과 여유, 그리고 친분을 쌓는 시간도 필요하고 이런 다양한 활동에 가장 좋은 게 카드게임이었다. 바깥에서 하는 활동에는 제약이 많고 주로 집에서 지내는 게 많고 우리들의 모임도 서로의 집들에서 대부분 지낸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이렇긴 하다. 집이 곧 모임의 장소이고 그곳에서 우린 많은 활동들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카드게임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어떻게 화내는지까지 파악한다. 그렇게 선교사들은 친밀해지고 더욱 깊은 속에 있는 내용까지 게임을 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카드게임은 거룩을 향한 전단계로 아주 유용한 툴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선교사는 더 우리보다 거룩하고 위대한가?

 

선교사들도 사람이다. 똑같이 여유가 필요하고, 놀이가 필요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동료가 필요하다. 선교사가 되기전에는 선교사는 나보다 더 거룩하고 위대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어떠한 환상도 있었고 책에서 너무 선교사를 미화한 탓이었는지, 그러한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슬람권 선교를 갔기때문에 실제로 죽음을 각오하고 떠났었다. 아들 한 명의 목숨까지 하나님과 긴밀히 대화하고 그 목숨까지 의탁한 채로 선교를 갔으니 아마도 이러한 배경에는 책에서 선교사의 순교를 너무 미화해서 그런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살아보니 선교가 더 죽음을 요구하는 자리는 분명 아니었는듯 하고, 선교나 일상이나 모두 죽음을 요구하는 데는 그 어떠한 차이도 없었던 듯하다. 오히려 선교사가 아닌 지금이 나에게는 더욱 죽음을 요구하는 일상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미디어와 조금은 과장된 책들의 문구가 사람들로 하여금 선교사를 더 위대하고, 더 거룩한 모습으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선교사들 본인들도 감당치 못한채 자신과의 괴리 사이를 메워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에 하나님을 직접 뵙게 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는 그 어떤 위대한 성인도 그 어떤 위대한 사역자도 존재할 순 없는 것 같다.

 


난 젊은 시절 짧지만 굵게 3년의 시간을 선교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자진철수한 선교사다. 철수한 이유는 연재되는 글들에서 알 수 있겠지만, 아이들 방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카드게임에 그동안 미뤄왔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나도 늦었지만, 디브리핑이 필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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